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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교보, 파카만년필, 학고재, 국제갤러리 3월 둘째 주말,카테고리 없음 2022. 6. 14. 12:22
프렌치 토스트가 너무 먹고 싶었던 것 같아.두께 2cm의 식빵을 3장이나 준비했다.
먹고 싶은 마음에 욕심쟁이.결국 남긴 것은 할아버지의 몫이고
얼마 전 맡긴 파카 만년필을 찾기 위해 광화문 교보에 나섰다.펜촉 슬릿을 조정했다고 하니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음.
몇 십만원의 펜촉 교환 비용을 큰 돈을 지출하지 않아도 돼 기쁘다.집에 가서 잉크를 넣어 써보니 예전보다 훨씬 잘 쓸 수 있다.이상은 없다.
이 만년필. 약 30년 전 이탈리아 출장 중 돌아와 영감의 선물로 사준 것이다.
점잖게 만년필을 꺼내 사인하는 모습을 기대해 할아버지에게 선물로 사줬지만 그 오랜 세월 동안 펜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
남편에게 틀린 펜 때문이 아니지?
광화문 교보빌딩 내부 화단.실내에 봄이 화사하다.
건물 내부는 이렇게 화려하고 활기찼는데 교보 밖에는 노인들의 태극기 물결이 여전한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였을까.그들이 원하는 2번이 됐잖아요.근데 또 뭐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시끄러운 광화문을 벗어나 삼청동으로 이동했다.
한양에 나간 김에 삼청동에 가보고 싶은 전시 몇 가지를 보기로 했다.
학고재, 안드레아스 에릭슨 / 해안선
에릭슨의 작업은 감각주의와 개념주의를 동시에 나타낸다.두 가지 다른 종류의 조망이다.젖은 조약돌을 정찰하는 놀이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주위의 환경, 특별한 빛에 대한 기억, 다른 작가의 회화 속에서 발견된 색채의 일부를 그려 촬영하고 직물하거나 조각한다.그들 사이의 공간, 보이지 않는 것들이 그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작품 인생 전반에 걸쳐 에릭슨은 예상됐던 것에서 탈피해왔다.강한 시각적 감수성을 녹인 개념적 작업을 통해서다.그는 대화 초기 과정에서 실패로 여겨지는 요소들이 결과적으로 가치 있게 거듭나는 것에 대해 자주 말한다.실패는 때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한 전환점을 마련한다.실패는 한편으로 해방의 가능성을 갖는다. 스웨덴 미술협회 매니저의 발췌문 중에서
진짜 어떤 그림은 이탈리아 아말피 해안이 연상되기도 하는 그림 앞에서 잠시 여행의 추억에 젖기도 했다.
나에게 대화란 물질성에 관한 것이다.전체 조건은 두 물질의 만남이다.예를 들어 물과 돌, 모래와 나무, 이끼와 하늘 등인 <해안선> 연작에서 나는 새로운 시각과 관점에서 그 만남의 지점에 도달한다.전시에 선보일 다수의 드로잉을 격리 중 제작했다.그들 없이는 새로운 대화도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안드레아스 에릭슨의 말--
학고재 세로 긴 유리창을 통해 본 바깥 풍경 그대로의 그림이 된다.
아이고 영감 돌멩이를 보고 휙 가서는 저러고 있다.
점심 먹자.국제갤러리 뒤편 골목길을 걷다 보면 소격동으로 이어지는 식당이다.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친구의 딸이 출판한 책을 교보에서 구입했다.
이곳은 밥도 차도 술 한잔도 잘 어울리는 위치인 것 같다.아늑한 골목 안쪽에 숨은 듯 자리 잡고 있는데, 운치가 매우 훌륭하다.
밥을 먹고 길가의 산책
또 이 골목에 있는 아름다운 뉴발란스 매장. 곧 생일선물로 운동화를 사달라고 해서 매장에 들어갔다.나이키에 익숙한 내 다리는 뉴발란스는 왠지 편하지 않았다는.. 피팅만 하고 나왔다.
뉴발란스 매장과 마주한 카베도에 가서 맛있는 티라미수와 커피 한잔을 하려고 했는데
가베도는 만석이므로 티라미수는 포기하고
한산한 커피팩토리에 앉았다.지금까지 본 로스터 기계 중 가장 거대한 것을 여기서 봤다.
입구 테이블에 앉아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멀리 여행지에 와 있는 것 같았다.
국제갤러리 하종현 전시
올의 굵은 마포 뒷면에 두꺼운 물감을 발라 천 전면에 물감을 밀어 넣는 배압법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매우 노동집약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이다.
이러한 제작 기법이 다른 단색화 예술가의 작품과는 다른 점인 것 같다.
현대 추상, 단색화에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줄은 몰랐다.확실히 요즘 미술계의 트렌드이긴 하지만.
김환기 혹은 이우환의 작품이 연상됐는데, 하종현님만의 독특한 제작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간혹 눈에 띄었다.
워낙 많은 관람객들로 인해 사실 작품 감상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현대 추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영감은 별로 감회가 남다르다고...
뭐 저도 별로 다르지 않지만 요즘 미술계의 트렌드는 현대 추상, 미니멀 이런 게 대세인 것 같다.